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로 유명한 언어학자입니다. 그는 보수주의의 세계관 아래에는 “엄격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있고, 진보주의의 세계관 아래에는 “자상한 부모”의 이미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엄격한 아버지는 가혹한 세상에서 가족을 보호하고 양육하며, 자녀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칩니다. 자상한 부모는 자녀와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 공동체, 국가, 세계에 대한 헌신을 강조합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은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온건한 보수주의자라 할지라도 책임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가치라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 규범, 질서를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책임감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순간 그는 폭력의 수장이 되었고, 나중에 그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는 비겁한 수장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법원의 구속 영장을 무시하고 요새와 같은 한남동 관저에 버티고 있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는 책임감이라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보안 요원들의 포위망 속에서 버티고 있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모습은 분노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는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 작전에 맞서야 하는 경호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대한민국의 국격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가?
대통령 경호처장 박종준과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정한 지휘부 요원들이 “확신범”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명령을 따르는 젊은 경호원들은 가족, 공무원 신분, 연금 등을 걱정하기 전에 더 큰 불의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계엄령 동안 상황실장이 된 것처럼 군에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명령을 따랐던 몇몇 군 지휘관들은 이미 구속되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원은 공무원이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인정하고, 심지어는 공무원이 불법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악의 평범함”과 같은 논리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습니다.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윤 대통령은 “불법 수사”라는 구실로 자신의 요새 뒤에 숨어 있습니다.
87년 이후로 구금되거나 자살한 대통령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 수사사에 품위 있게 응했고, 변명 대신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내 잘못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를 감옥에 보낸 것이 저와 함께 일했던 분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기를 바랍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분노를 삼키며 ‘모든 갈등을 제가 감당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누구를 미워하지 마십시오. 운명입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들 중 누구도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증오의 불을 부채질하지 않았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은 1973년 9월 11일 칠레에서 일어났습니다.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대통령 궁에서 피노체트 장군이 이끄는 군부 쿠데타와 총격전을 벌인 후 자결했습니다. “나의 희생으로 범죄자, 비겁자, 반역자는 처벌받는다는 도덕적 교훈이 세상에 알려질 것입니다.” 마지막 연설을 마친 후, 아옌데는 경호원마저 내보내고 직접 총을 들었습니다. 그의 사회주의 정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아옌데의 비장한 최후만으로도 영웅의 이야기는 완성되었습니다. 계엄령이 떳떳하다면 윤 대통령은 숨지 말고 법 앞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때 그를 보수주의자의 지도자로 믿었던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길입니다.
윤 대통령은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외쳤습니다. 그가 말하는 국민은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불과 3년 전 대선 캠페인에서 ‘보수 세력의 희망’으로 불렸던 대통령의 몰락은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이처럼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여당 의원 44명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였습니다. 여당 지도부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법적 절차를 문제 삼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의 눈에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여당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는 등 이른바 보수 집결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성과 회개 없는 보수 세력의 집결은 중도층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 것입니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현재 점점 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내년 봄 대선 결과는 뻔합니다. 한남동을 전쟁터로 만든 한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보수 진영은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기적인 지지율과 수사 과정에 대한 법적 분쟁, 기타 사소한 문제와는 별개로, 여당은 먼저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단 한 사람’과 함께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출처: 중앙시평 이현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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